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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네 일기장

등록금 없이는 졸업장도 없다.

그렇다.
학교라는 곳 또한 '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곳이다.
소위 교사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나도 그 속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오늘 나는 솔직하게 많은 것들을 말하고 싶다.

지난 4년 간 담임을 하면서 이런 경우는 적지 않았다.
더러는 '돈'에 관련된 모든 책임을 내가 지기도 했다.
그것이 학생에 대한 나의 당연한 소임이라고 생각했고
한편으로는 그것이 빚독촉 같은 행정실의 독촉으로부터 벗어나는
담임으로서의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은 그러질 못했다.
학부모님의 약속만을 믿고 있었다.

졸업식날 아침.
등록금을 아직 내지 않았다는 보고에 졸업장 수여를 보류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래...뭐...조금 늦게 받아가는 건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다들 즐거워하는 졸업식에서 그 아이가 느낄 서러움과 소외감의 크기가
이만큼 큰 것인 줄 알았다면 나는 용기를 내어 학교의 '룰'을 어겼을 것이다.
그 아이의 아픔을 똑같이 느낄 수 있었다면...
무조건 내가 일단 처리했어야 했다.

결국 나는...
내가 겪어보지 못한 가난이었기에 나는 아이의 아픔을 공유하지 못한 것이다.

내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고,
철썩같이 약속만을 되풀이했던 그 학생의 부모가 원망스럽고,
깊은 생각 없이 그냥 기분대로 철없이 행동하는 그 녀석이 원망스럽고,
엉뚱한 데 세금 다 가져다 쓰면서  가난한 여고생
공부 하나 제대로 시켜주지 못하는 이 나라가 원망스럽다.

지금은 일차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안타까운 소식을 들은 날...
내가 교사라는 사실에 비애를 느낀다.

아무 일이 없기만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