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퇴근길에 내 눈길을 사로잡던 풍경이 하나 있어
매서운 바람에도 카메라 가방을 들쳐메고 집을 나섰다.
내가 평소에 원하던 풍경을 담지는 못했지만
매서운 바람속에 길을 나섰던 수고를 헛되이 하고 싶지 않아
셔터를 눌러 보았다.
석양은 사진을 취미로 하기 이전부터
나를 매혹시키는 풍경 중의 하나이다.
내가 느끼는 석양의 매력은
빛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둠에 있다.
하루 동안의 생을 마감하고 스러져가는 빛에
찬란한 생명의 힘을 부여하는 것은 다름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무채색에 묻어 버리고 있는 어둠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제대로 된 석양의 사진은
어둠의 모습을 제대로 담아낼 수 있는 것이어야 하리라.
내공의 한계를 또 한번 느끼는 저녁이다.